오늘이 벌써 호주에 도착한지 딱 만 4주가 된 날이다. 인천공항에서 시드니가는 비행기를 탄게 정말 아주 아주 먼 옛날같은데 4주밖에 흐르지 않았다. 4주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것도 있다. 대표적인게 영어.
지난 2주간은 집 구하느라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말로만 들었던 초기 이민자들의 렌트집 구할때의 어려움을 직접 겪었고, 한국에서 10년 넘게 직장생활하면서 썼던 이력서보다 2주간 썼던 Application Form이 훨씬 많았다. Application을 제출한건 다섯번 정도지만, 쓰고도 내지 않은 Application도 그 반정도는 된다.
여하튼, 어제 좋은 느낌은 오늘 아침에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Agent에게 나의 Application이 Approved 됐다는 메일을 받았고, 2주치 렌트비와 6주치 렌트비에 해당하는 보증금(Bond라고 여기서는 부른다)을 입금하라는 메일을 받았다. 나중에 렌트가 다 마무리되면 다시 한번 여기서 렌트 구하는 과정을 정리하는 글을 쓰겠지만, 여기서는 Application이 집 주인에게 채택이 되면 부동산하고 계약을 해야 한다.
부동산하고 계약할때는 2주치의 렌트비를 선불로 내야 하고, 주에 내야하는 렌트비가 $250이 안된다면 4주치의 Bond비를, 그 이상이라면 6주치의 Bond비를 역시 선불로 내야 한다. 시드니는 렌트비에 상관없이 4주치만 받는다고 하는데, 여기 애들레이드는 $250 기준으로 4주/6주가 나뉜다.
어떤 부동산은 현금을 절대 받지 않고 뱅크체크나 다른 방법으로 선불을 받으며, 또 어떤 부동산은 현금을 받기도 한다. 여기서 한달 살면서 느낀건, 정말로 많은 것들이 Case By Case고 시간에 따라 변하기도 해서,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해 먼저 온 정착민들에게 질문을 해서 답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100% 적용되는건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얼마전에 달러를 사려고 인터넷 광고글을 보고 4년전에 여기 오신 분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댁에 들어가서 차도 얻어 마시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우리가 세탁기를 산다는 말씀을 드리자, SA주에서는 세탁기의 Water Rating이 별 네개 반 이상이면 세탁기를 사고 나서 $200 을 돌려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주셨다. 우리가 사려고 했던 세탁기의 Water Rating이 그 조건에 해당됐기 때문에 우리는 $200을 공짜로 얻은듯한 기분이었다.
집에 돌아와서 어떻게 하면 $200 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인터넷을 찾아봤는데, 돌아온 결론은 2010년에 폐지된 정책이었다는 것이다. 그 분들이 여기 오셨던 2008년 즈음에는 존재했던 정책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폐기된 정책이었다. 단편적인 예이긴 하지만, 굳이 여기에 이런 얘기를 한건,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경험들과 여기에 썼던 내용들이 다른 사람이 똑같이 겪을때 결과가 다른게 나올 수 있음을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다시 렌트 얘기로 돌아가서, 우리는 다음주 화요일, 그러니까 7월 10일 렌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오전에 부동산에 가서 계약서를 작성하고, 키를 받으면 비로소 호주에서의 첫 우리집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키를 받았다고 해서 모든게 끝나는게 아니다. 키를 받고 나서 3일 이내에 우리는 우리가 살 집에 대한 Conditional Report를 작성해서 부동산에 가져다 줘야 한다.
Conditional Report는 정말로 꼼꼼하게 작성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많은 사진을 찍어서 증거를 남기는게 좋다고 한다. 여기서는 렌트를 살고 다른곳으로 나갈때, 내가 들어갈때와 똑같은 상태로 집을 해 놓고 나가야 한다고 한다. 만약에 똑같은 상태로 집을 해 놓고 나가지 않으면 Bond 를 전부 다 돌려받지 못하는 일도 발생한다고 한다.
Conditional Report는 내가 나갈때, 내가 들어올때와 상태가 변한게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필요하니, 벽에 박힌 나사 개수는 물론이고 작은 스크래치 하나라도 빠뜨려서는 안된다. 가스렌지가 모두 다 잘 들어오는지, 싱크대 문짝하나 하나 어디 뜯긴곳은 없는지, 블라인드의 청소 상태 등등 집안에 모든것들을 꼼꼼히 적어두는게 나중에 나갈때 Bond를 모두 돌려 받을 수 있다고 한다.
Inspection을 하러 돌아다니다 보면 보통은 집의 상태가 깨끗한데, 세입자가 살고 나가면서 청소 용역을 불러서 청소를 해 놓고 나가기도 하지만, 이렇게 Bond 를 떼이지 않기 위해서 살면서 기본적으로 깨끗하게 쓰기 때문인거 같기도 하다. 여기는 렌트를 구할때, 과거 History를 중요시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Bond 를 떼이면 다음 렌트 구할때 문제가 되기 때문에, 렌트 생활을 계속 해야 하는 사람들은 집을 깨끗이 쓸 수 밖에 없다.
우선은 집을 구해서 한 걱정이 없어지긴 했지만, 또다른 걱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이야 쉐어집에 사니까 침대도 있고, 밥도 해 먹고 할 수 있지만, 당장 다음주에 이사를 하게 되면 그냥 카펫 바닥에 이불깔고 자야 하고, 밥 해 먹을 수 있는 도구가 하나도 없다. 이사짐은 6월 15일에나 출발을 했다고 하니, 우리가 아무리 빨리 받아봐야 7월 중순은 넘어갈거 같다.
당분간 난민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을거 같은데, 이것또한 초기 정착민만이 가질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니 즐기는 마음으로 받아들여야겠다.
여하튼, 집 걱정도 끝났고 오늘은 TAFE SA로부터 우리가 지원했던 코스들에 대해 Offer 도 편지로 받았다. 다음주 금요일까지 Offer Letter를 들고 TAFE SA에 가서 등록을 하면 된다. 당장 연말까지는 TAFE에서 영어 공부 하느라 Full time 으로 일하긴 힘들겠지만, 둘이서 Part time 일을 하루에 두세시간씩만 해도 렌트비는 나오니까, 얼마 없는 우리 자산이 줄어드는 속도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찍어 놓은 사진이 없어서 사진없는 포스팅이 되어 버렸다. 어제 오늘 애들레이드는 모처럼 비가 안 내리는 맑은 날씨였다. 일기예보를 보니 다음주초까지도 비 예보가 없는데, 렌트도 구했으니 홀가분한 마음으로 어디 근교라도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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