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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iGrAtIoN/초기정착

D+25 호주 은행 이야기

내가 경험한 부분이 호주 문화의 전체를 대표할 순 없겠지만, 요 며칠 은행 관련해서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렌트할때 잔고 증명을 위해서 달러를 많이 사 모았었는데, 어제 은행에 입금을 하러 갔었다.  창구에 가서 입금하러 왔다고 하고돈을 건넸는데, 다른쪽에서 돈을 세는듯한 기계를 가지고 왔다.


나는 한국에서 많이 봤던, 그런 돈 세는 기계를 생각했었는데, 창구 직원은 적당히 돈 뭉치를 올리고 무게로 지폐가 몇장인지를 판단해서 돈을 세고 있었다.   100장을 세고 나서는 고무줄 두 줄로 뭉치를 묶고, 다시 돈 조금씩  올려가며 10장 단위로는 고무줄 한장으로 구분해서 묶어두었다.


호주 은행에서 돈을 찾을때도(이 역시 모든 은행이 그런지는 모른다.  최소한 내가 다녀본 몇군데 NAB은행에서는 그랬다), 다른 지폐권종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50달러짜리 지폐권종으로 돈을 찾을때는 10장 단위로 고무줄로 묶어서 준다.


오늘은 더 충격적이고 황당한 경험을 했다.  어제 역시 달러를 조금 사서 은행에 입금을 하러 갔는데, 호주 ATM 기계에서도 입금이 가능한지 확인해보기 위해서 은행 앞에 있는 ATM기를 이용해서 입금을 해 보기로 했다.  한국의 모든 ATM 기계가 입금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것처럼 호주의 은행 ATM 기기 역시 일부만 입금 기능을 지원하는거 같다.


여하튼, 은행 앞에 있는 ATM 기계는 입금 기능이 있었는데, 입금 기능을 선택하니까 화면에 얼마를 입력할건지 입력하라는 메시지를 띄웠다.   한국에서는 다 입력하고 얼마인지 확인하는데, 여기는 내가 입력할 금액을 먼저 넣는다.  그래서 금액을 입력했더니, 나는 돈을 넣으라는 메시지를 기다렸는데, 뭔가 롤러 돌아가는 소리가 나더니 기계에서 빈 봉투 하나가 나왔다.


화면에서는 내가 입력한 금액이 찍힌 종이가 출력될테니, 봉투에 현금과 그 종이를 같이 담아서 넣고, 봉투를 봉인해서 다시 기계에 입력하라는 메시지를 띄웠다.  그리고서는 오후 6시 이전에 입금된 돈은 다음날 찾을 수 있지만, 오후 6시 이후에 입금된 돈을 찾으려면 하루가 더 걸린다는 메시지도 볼 수 있었다.


당장 급한돈이 아니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 봉투에 현금 넣고, 기계에서 나온 종이 쪼가리 하나 넣고 봉인해서 다시 기계에 넣었다.   나중에 찾은 글로는 은행 직원들이 봉투에 있는 돈을 일일히 확인한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호주가 한국보다 잘살고 선진국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면만 놓고 본다면 호주 은행 시스템은 한국 따라가려면 한참은 먼 거 같다.


은행 얘기는 그만하고, 집 구하는 얘기를 하자면  어제 Application을 넣었던 부동산에서 오전에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았을때는 솔직히 내 Application이 통과된줄 알았다.  하지만 부동산 Agent는 내가 Application을 넣은것을 확인하고, 관심이 있는게 맞는지 물었다.  나는 정말 살고 싶은 집이었기에 "Sure~"라고 강력하게 얘기해줬고 같이 살 Partner 이름(마느님 이름)을 확인하고, 내 직업과(학생이라고 대답함)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주인 이름을 확인을 했다. 그리고서는 전화를 끊었는데... 솔직히 몇줄에 오고간 대화를 썼지만 몇번 못 들은거 다시 물어보고 어버버버 대답하고 한건 사실이다.


여하튼, Agent가 전화를 한 이유를 추측하자면, 자격이 되는 몇명의 후보자들을 걸러내고, 집 주인에게 그 후보자들을 보내기 전에 정말로 그 후보자들이 집에 관심이 있어서 Application을 제출했는지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아니었나 싶다.  그런 확인과정 없이 집주인한테 보냈다가 관심없는 후보자를 집 주인이 선택하면 난감할테니 말이다.


오전에 그 전화를 받은 이후로 오후 늦은 시간까지 부동산에서 다시 전화가 오기를 기다렸지만 기다리던 전화도, 떨어졌다는 문자도 오지 않았다.  이 역시 추측을 하자면 집 주인이 아직 부동산에게 자기 집에 들어와서 살 사람을 결정해서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내일이면 확실히 알 수 있겠지.


호주에 도착한지 이제 한달이 다 되어 가는데, 역시 가장 어려운건 언어적 문제다.  한국에서 영어 학원을 다닐때나 전화로 영어 수업을 할 때하고는 차원이 다른거 같다.  그들은 한국 학생들이 이해하기 쉬운 단어를 선택해서 말하고, 어떻게 말해야지 한국 학생들이 잘 이해를 하는지 알기 때문에,  수업을 들을때나 얘기할때 그렇게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여기 사람들은 당연히 내가 영어를 할 줄 안다고 생각하고 늘 하던 식으로 늘 쓰던 단어와 표현으로 얘기를 한다.  내가 영어를 잘 못하니 천천히 얘기해 달라고 해도, 한국의 영어 선생들이 쓰던 그런 쉬운 표현으로 천천히 얘기하는게 아니라, 흔히 말하는 Street Language 또는 Slang을 천천히 말할 뿐이다.


이런 어려움이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다는걸 잘 알기에 조급하게 마음 먹지 않기로 했다.  어떻게 되든 7월 중순부터 5개월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영어 공부를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자신감을 쌓아가면 된다.  


그나저나, 하루 빨리 내가 살 집이 정해졌으면 좋겠다.  쉐어집에서 사는건, 뭔가 안정된 느낌도 없고 하다 못해 밥 한끼 해결하는것도 쉽지가 않다.  냉장고가 있고 조리기구가 있지만, 이런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반찬을 만들어 먹는것도 쉽지 않아서, 그냥 한끼 한끼 먹을 분량만 해서 먹는다.


오늘도 저녁 한끼를 위해 요리를 조금 했다.  지난번보다 조금 업그레이드 된 버전으로.. ^^

세 명이서 한끼 반찬으로 충분한 요리에 들어간 돈은.. 우리 나라 돈으로 대략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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