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잠자리에 들기전 추위를 걱정했는데, 이불속에 들어가서 5분정도 지나니까 큰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차이가 있다면 한국에선 겨울이라 하더라도 자고 나면 모든 이불을 걷어 차서 돌돌 말아 놓는데 여기서는 자기전 모습과 자고나서의 모습이 큰 차이가 없다는 정도?
8시쯤 일어나서 샤워하고 친구 장모님께서 차려주시는 아침을 거하게 먹고, 친구네 가족은 교회를 가고 우리는 시드니 시티 구경을 하러 나섰다. 친구가 근처 Train 역까지 태워줘서 시티까지는 Train을 타고 갔다. 역시 물가가 비싸다는건 교통편 이용할때 피부로 확 느낄 수 있다. 서울에서라면 고작 1$ 정도 주면 될 거리를 여기서는 3$ 이상 주고 타야 한다.
어제는 파란 하늘을 보여주던 시드니가 오늘은 흐리기만 하다.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역시나 시드니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곳 오페라 하우스를 찾았다. 멀리서 오페라 하우스를 본 첫 느낌은.... "에게.... ?" 그렇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본 느낌은.. "오 제법 근사하군..."
예전에 생애 첫 해외여행으로 런던-파리를 갔을 때, 에펠탑을 멀리서 봤을때도 이런 느낌이었던거 같다. 멀리서 봤을때는 별로 크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막상 바로 앞에서 바라봤을때는 왜 여기가 유명한지 알 수 있었다.
흐리기만 하던 하늘이 오페라 하우스를 둘러보고 나오니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아침에 나올때 비 예보가 있어서 우산 하나를 들고 나오긴 했지만 둘이 같이 쓰기엔 그리 넉넉한 크기가 아니었기에 일단 점심을 먹기로 하고 근처 식당 입구에 있는 메뉴판을 보니.. 역시나 쉽게 들어가기가 망설여지는 가격들이었다. 우리가 관광으로 왔으면 맛있는 식당도 알아보고 왔을텐데, 물론 시드니엔 관광이 목적이긴 했지만 돌아가면 월급을 꼬박 꼬박 줄 직장이 사라져 버린 우리에게 한끼 식사에 몇만원을 쓴다는건 쉽지가 않았다.
결국 점심은 만만한 맥도날드에서 해결했다. 어제보다는 주문하는데 크게 버벅거리지 않고 무난히 주문을 했다. 뭐 크게 어려운게 없는 주문이었니 당연한거겠지. 빅맥은 한국을 제외하고는 프랑스, 미국, 그리고 호주에서 먹어봤는데 어딜 가나 맛은 똑같은거 같다.
점심을 먹고 나와도 비는 그칠 기미를 보이질 않고 계속 내려서 근처에 있는 호주 현대예술 박물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Australia)이 무료여서 들어가서 잠시 감상을 하고 나왔다. 보이는 만큼 보인다고 미술쪽에 큰 지식도 없고 관심도 없다 보니 그냥 한번 둘러보는 수준에서 끝난거 같다.
MCA를 나와서 근처에 락스마켓을 갔다. 주말에 수공예품을 파는 곳이라 해서 갔는데 비도 많이 오고 해서 그런지 문을 닫은곳도 있었고 사람도 그리 많지 않고 해서 크게 볼거리는 없었다. 다리도 아프고 날도 춥고 해서 독일 생맥주를 파는 곳에 가서 생맥주는 안 마시고 프레츨하고 커피 한잔씩 마셨다.
우리가 한국에서 마시는 커피하고 다른 점이 있다면, 마느님은 카푸치노를 시켰는데 시나몬 파우더 대신 코코아 파우더가 뿌려져서 나왔고, 나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메리카노를 시켰는데 호주에서는 아메리카노라 하지 않고 Long black 이라 한다. Long black 이 아메리카노를 칭한다는 걸 미리 알고 있어서 주문하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휴식을 취하고 나서 시드니 천문대를 올라갔다. 빗줄기는 점점 강해져서 옷 반쪽은 홀딱 젖어 버렸다. 원래 날이 좋으면 일몰 사진을 찍으려고 했지만 하늘을 보아 하니 절대 일몰은 없을거 같고 그냥 시드니 천문대에서 바라본 하버브리지가 어떤 모습인지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내려온 정도 밖에 안된거 같다.
시드니 천문대는 웨딩 촬영으로도 유명하다는 얘기를 들은거 같은데,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두 커플이 웨딩 사진을 찍는 모습을 봤다. 날이 좋다면 모르겠지만 비가 오는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웨딩 드레스를 입은 신부나, 신랑 그리고 들러리들을 보니 조금은 안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신랑 신부야 그렇다 치지만, 들러리들은 뭔 고생인지...
시드니 천문대를 내려오니 대략 5시쯤 되서 뭘 할까 고민하다 친구녀석한테 전화를 하니 집에서 같이 저녁을 먹잔다. 비도 많이 많고 오랜만에 적잖이 걸어다녀서 다리도 많이 아프고 해서 친구네 집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기차역으로 갔다.
친구가 Eastwood 역에서 우리를 Pickup 하기로 해서 Eastwood 행 열차를 타고 가는데 Strathfield 역에서 기차가 더이상 운행하지 않으니 다 내리라는 방송이 나왔다. 열차에서 내려 보니 주말엔 공사 관계로 Strathfield 위쪽으로 가기 위해서는 버스로 갈아타야 한단다. 이 나라에선 이런 경우가 종종 있는 일이라고 한다. 역 밖으로 나가면 원래 Train 노선대로 운행하는 무료 버스가 대기를 하고 있고, 노선표 잘 보고 원래 가려고 했던 목적지로 가는 버스를 골라 잘 타면 된다.
우리는 40번이나 45번 버스를 타면 됐었는데, 40번 버스는 정거장을 몇개만 서는 버스였고 45번 버스는 거의 모든 정류장을 다 서는 버스였다. 마침 우리가 버스 정류장에 갔을때 40번 버스가 막 떠나려고 하는 찰나여서 40번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린 후에 친구가 Pickup 하기로 한 Eastwood 역에 도착을 했다.
친구녀석의 Pickup을 받고 집에 도착해서 젖은 옷 갈아입고 친구 장모님께서 차려주신 훌륭한 월남쌈을 배터지게 먹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시드니에서의 둘째날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원래 내일은 블루마운틴을 가려고 했는데 일기 예보에 비올 확률이 90% 라 해서 가지 않기로 했다. 아마도 먼저 이민온 다른 대학동기하고 식사를 같이 하고 휴식을 취하는 하루가 될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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