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타기 전 늘 찍던 타고 갈 비행기 사진도, 그리고 기내식 사진도 찍을 기분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나오는 눈물을 참아보려 했지만 마지막 엄마의 눈을 보는 순간 모든 노력은 헛거품이 되어 버렸다.
비행기 타는 생각으로, 여행간다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 봐도 소용이 없었다. 그냥 펑펑 울어버리고 짠하게 이별했으면 오히려 나았을까? 눈물을 보이기 싫어 황급히 뒤돌아서서 입국장에 들어선게 조금 후회가 된다.
그렇지만, 내가 어디 멀리 가는것도 아니고, 계획대로 잘 정착해서 원하는 삶을 살아간다면 적어도 1년에 한번은 한국에 갈 수 있지 않을까? 난 꼭 그래야만 한다. 마지막 엄마의 눈빛을 생각하면서 힘든 이민 생활을 견뎌내야 한다. 오늘의 각오를 잊지 말아야지...
애들레이드 정착민촌 카페에 모 회원분이 그랬다. 본인은 한국 왕복할때 시드니를 경유하지 않는다고...
그 이유가 인천 <-> 시드니 구간에 기류가 불안정해서 비행기가 많이 흔들리기 때문이라 했다.
그 말을 기억해서였을까? 잠든 중간 중간 비행기가 많이 흔들리는게 느껴졌다. 멀미가 날 정도로...
예정된 시간에 시드니에 도착을 했고...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은 싱겁게 너무나 간단하게 입국심사와 세관검사가 끝났다..
입국 게이트를 나오면 픽업 나오기로 한 친구놈을 2년만에 만날 줄 알았건만, 친구 녀석은 보이질 않았다..
우리 바람 맞은건가...?
그렇게 반시간을 기다리다가 공항에서 잡히는 무료 와이파이를 잡고
아이패드에 깔아둔 070으로 시드니 국제공항에서 시드니에 사는 친구녀석한테 국제전화를 걸었다.
예상치 못한 트래픽에 걸려 시간이 오래 걸린단다. 다행히 바람은 안 맞았다.
주차장에 있는 친구녀석 차에 타는데 뭔가 이상하다.
친구 녀석이 조수석쪽으로 가서 탄다. 아.. 여기 핸들이 우리랑 반대지..
늘 타던 쪽으로 가서 차를 타지만 내 앞엔 핸들이 없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걸려 친구네 집에 도착을 했다. 친구는 곧 이사를 할 예정이라
오늘 인스펙션을 좀 다닐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도 애들레이드 도착하면 우리가 살 집을 렌트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공부하는셈 치고 친구 부부를 따라 다녔다.
부동산에서 공지한 시간에 인스펙션 하는 집으로 가서 그냥 자연스럽게 집을 둘러보면 된다.
우리는 그동안 인터넷으로만 대충 이쁜집만 골라 봤는데 물론 집이 이쁜것도 중요하지만
집을 보는데 있어 그 보다 중요한 것이 많았다. 우리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가스가 들어오는지
안 들어오는지도 중요하단다. 이 나라는 전기보다 가스가 싸고, 오늘 하루 느껴본 호주 집의 실내 추위는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추웠기 때문에 난방비 절약을 위해서라도 가스가 들어오는게 중요하다.
서너집 둘러보고 쇼핑센터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뭘 먹을까 하다가 호주에 도착해서 처음 먹은 식사를
KFC로 하기로 결정했다. 오랜만에 쓰는 영어, 그리고 내가 예상했던 질문과 전혀 다른 단어들을
들었을 때 나의 영어 듣기 능력을 제로로 수렴한다. 천천히 말해달라고 해서 다시 들어도
대충 뭐라 하는지 감이 잘 안 온다. 이렇게 KFC에서 메뉴하나 시켜 먹는것도 쉽지 않은데
과연 잘 먹고 살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밀려온다.
점심먹고 다시 집에 와서 낮잠을 한숨 잤다. 침대 안은 따뜻하다. 낮잠자는 동안 친구 부부는 인스펙션 한두군데를 더 다녀온거 같다. 다른 쇼핑센터로 핸드폰을 개통하러 갔다. 플랜폰을 개통하려 했지만 플랜폰을 개통하기 위해서는 여권/면허증/주소지 찍힌 Bank statement 등이 필요하다고 한다. 오늘 도착한 우리에게 그딴게 있을리가 없어30$를 주고 Pre-Paid 폰을 개통했다. 애들레이드로 가서 은행 계좌 열고, 면허증 교환하고 자격 요건이 되면 플랜 요금제로 바꿔야 겠다.
저녁은 Strathfield 에 있는 중국 요리집에 가서 먹었는데 주인이 한국 사람이었다. 메뉴판을 보는 순간 헉...!
뭔 놈이 짜장면을 10$이나 받아먹는지.... 매운게 먹고 싶어서 삼선짬봉을 시켜 먹었는데... 비싸고 맛이 없으면 화가 좀 나겠지만 해산물 나름 싱싱하고 맛도 나쁘지 않은 편이라 용서해 주기로 했다. 친구녀석한테 너무 비싼거 아니냐고 했더니 여기서 외식하면 10$은 싼편이란다. 애들레이드 가면 외식같은건 당분간 최대한 자제해야겠다.
피곤하기도 했고 기분도 그렇고 해서 첫날은 카메라 없이 그냥 돌아다녔다. 호주에서의 둘째날은 시드니 시티 구경을 가보려 한다. 사진으로만 보던 오페라 하우스가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내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되겠구나... 내일은 제대로 관광객 모드로 돌아다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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