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던건 아니지만 기억에 남을 일이 하나 있었다. 이 집에 들어올때 부동산에서 받은 키는 총 다섯개다. 현관 잠금 장치가 두 개인데, 열쇠 중 2개는 잠근 장치 중 위에 열쇠고, 다른 하나는 그 아래 열쇠다. 나머지 열쇠는 어디에 쓰는건지 아직 못 찾아봤다.
한국에서는 거의 번호키나 전자식으로 잠금장치가 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거의 열쇠를 이용한 잠금장치로 현관문을 잠그고 다닌다. 현관문 열쇠 뿐만 아니라 우체통 열쇠 차고가 있는 사람들은 차고 열쇠, 단지에 사는 사람들은 단지 열쇠 등 많은 사람들이 열쇠 꾸러미를 들고 다닌다.
우리는 처음 이 집에 이사를 왔을때 현관문을 잠그지 못해 꽤나 고생했었다.
키가 두 개 있는게 사진에서 보는 위에 열쇠인데, 아무리 시도를 해봐도 도저히 어떻게 잠그는지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아래 열쇠를 잠그고 다녔다. 아래 열쇠도 문 잠그는 방법을 찾는데 꽤나 고생을 했다. 이번주 부터 TAFE을 다니게 되면서 둘이 시간대가 다른 날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아래 열쇠 하나를 복사를 해야 했다. 여기서 열쇠는 버닝스에 가서 다들 복사를 하는거 같다.
여하튼, 열쇠 복사해서 며칠은 별 무리 없이 잘 다녔다. 사건은 화요일날 일어났는데, 나는 일주일에 하루 오후에 수업이 있는 날이고 마느님은 오전에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오후 수업을 마치고 버스에서 내렸는데 버스 정류장 건너편에 마느님이 서 있었다. 나는 마중나온줄 알았는데 문이 잠겨서 집에 들어가지 못해서 콜스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내가 올 시간 맞춰서 나온 것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집에 와서 점심을 먹고 집에 있는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단지 입구에 있는 쓰레기 버리는 곳에 갔다와보니 문이 잠겨 버린 것이다. 우리가 잠그고 다니는 아래 잠금 장치는 안에서 잠금 위치에 놓고 문을 닫으면 잠기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잠기지 않는 잠금장치다. 그리고 밖에서 아래 잠금장치를 돌리면 돌아가는것으로 보아 잠겨버린 장치는 위에 잠금장치였다.
잠긴건 괜찮은데, 부동산에서 준 열쇠꾸러미는 마느님이 가지고 다녔는데 집안에 있고, 내가 가진 열쇠는 아래 잠금장치만 열 수 있는 열쇠였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가 1안으로 떠오르는건 한인 열쇠공이 있는지 찾는 것이었다. 여기 교민 사이트인 애들레이드 포커스를 찾아봤으나 찾을 수 없었다.
전에 쉐어 마스터분이 핸디맨을 하고 계셔서 혹시 알고 계시는 열쇠공이 있는지 전화를 해서 물어봤으나, 알고 계시는 선에서 애들레이드에 한인 열쇠공은 없다고 하신다. 호주인을 부르는건 엄청난 출장비가 들게 뻔하기에 일단 우리 안에서는 제외를 했다.
제 2안은 옆집 뒷마당을 통해 우리 뒷마당으로 넘어가는 안이었다. 뒷마당 문은 열어놨었기에 넘어갈수만 있으면 문을 열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망설여지는것이, 여기 이사와서 옆집하고 인사를 한적도 없고, 우리 정서에는 크게 문제가 안되는 일이지만, 호주인 마인드로는 과연 뒷마당을 통해 넘어가는게 가능한지도 알수가 없었다. 여기서는 자기 영역이 확실하다고 해서 담이 없더라도 남의 집 정원에 들어가는게 가택 침입 비슷하게 간주된다는 말을 들었기에 망설여졌다.
그렇지만, 딱히 다른 방법이 없기에 용기내 문을 두들겼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뒷마당을 통해 우리집을 넘어갈 수 있는지 물어봤다. 크게 기분 나쁘지 않은 얼굴로 뒤에 다녀오더니 밟고 넘어갈것도 없고, 넘어가다가 담을 망가뜨릴수 있을거 같아서 안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면서 집주인에게 연락을 해 보라는 말을 들었다. 우리는 부동산하고 계약을 했기에 집주인 전화번호를 모르고 있었다.
어쩔수 없이 부동산에 전화를 했다. 그렇지만 이미 퇴근시간이 지난터라 전화를 받지 않았다. 부동산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24시간 연락이 가능한 번호를 찾아서 전화를 했다. 다행히도, 열쇠를 가지고 이리 와 준다는 답변을 받았다. 내가 그리 간다고 했는데도 이쪽으로 1시간 안에 와 준다는 답변을 들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게, 부동산에서 와 준다는 답변을 들어서 한편으로는 집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는 안도감이 들었지만, 부동산에서 오는것도 과연 돈을 지불해야 하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리고 약속한 시간 1시간이 조금 지나자 드는 생각은, 과연 내가 정확하게 이해를 한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었다. 1시간 후에 출발한다는 얘기를 잘못들은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행히도 1시간 10분정도 지나서 부동산에서 도착을 했고, 늦게 도착해서 미안하다는 얘기까지도 했다. 와준것만 해도 얼마나 고마운데...
부동산에서 문을 열어줬고, 우리는 우리집 위의 열쇠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물어봤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위의 열쇠는 문을 닫을때 자동으로 잠기는 기능이 있는 열쇠였다. 그렇지만, 약간의 동작 이상으로 그 동안 자동으로 잠기지 않는 상태였고, 어쩌다가 문을 닫을때 충격을 받아서 그 동안 동작하지 않았던 자동 잠금 기능이 활성화 된 것이었다.
부동산에서 위의 열쇠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걸 확인했고, 자기네 사람중에 한명을 보내서 열쇠를 정상적으로 동작하게 해 준다는 얘기를 했다. 쓰고나니 별 재미없는 얘기인거 같지만, 이틀전 우리는 무척이나 심란했었다.
오늘은 부동산에 Conditional Report를 가져다 주러 갔었다. 여러가지 궁금한 점을 물어봤는데, 가장 궁금했던 것 중 하나는 과연 우리가 나중에 집을 나갈때 Professional Clean를 불러서 청소를 해 놓고 나가야 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우리가 들어갔을때 청소가 되어 있는 상태였긴 하지만, 그 상태가 Professional 이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카펫 청소 하고 나서 청소기 먼지통에 잔뜩 들어가있는 먼지들만 봐도 그건 알 수 있었다.
부동산에서 해 준 얘기는, 자기네들은 그 전에 살던 사람이 집을 깨끗이 안 썼기에 Professional Cleaner에게 집 청소를 맡겼긴 하지만, 우리가 나갈때는 청소 상태만 깨끗하다면 굳이 Professional Cleaner에게 청소를 맡기지 않고 나가도 된다는 답변을 얻었다.
그리고 두번째로 궁금하면서 요즘 나의 심기를 건드리는 블라인드 문제에 대해서는 자기가 주인에게 얘기를 해야 하는데 아직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주인이 블라이든 교체를 원하면 교체를 해 주겠지만, 주인이 교체를 원하지 않으면 그냥 지금 그대로 써야 한다는 답변을 얻었다. 더 길게 얘기할 사항이 아닌거 같아서 주인한테 답을 받으면 알려달라는 얘기만 하고 나왔다.
이전에는 밤이 참 길게 느껴졌는데 TAFE 수업을 듣고 나서부터는 그리 길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TAFE 관련해서도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 내일 수업 준비를 해야 되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써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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