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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StRaLiA/ADELAIDE

애들레이드에서 야구하기

아마도 7살때쯤이었을거 같다.  생일선물로 글러브와 배트를 선물받고 나서 나와 야구란 놈은 인연을 그렇게 맺었다.  나는 많이 어렸고 동네에서 내 또래에 야구를 하는 애는 없었던거 같다.  혼자서 공터에 가서 방망이로 공을 치고 받아오고... 어떨때는 벽에다 공을 던지고 받고...


가능성이 없는 얘기이긴 하지만, 내가 들어가는 초등학교에 야구부가 있었다면 야구를 하겠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근처 어느 동네에도 야구부는 없었고 야구란 녀석은 그냥 내가 제일 좋아하는 취미중 하나였다.


그 때 이후로 지금까지 한번도 야구란 녀석과 연을 끊고 살아본적이 없다.  어쩌면 호주에서 내가 야구를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나는 여기 오는걸 조금은 다시 생각해봤을지도 모른다 ㅡ.,ㅡ


여하튼, 여기 애들레이드에서도 클럽 야구를 즐길수가 있다.  아직 정확하게 파악한건 아니지만, 지역마다 팀이 있고, 각 지역팀마다 Division 1 부터 Division 8 정도까지의 수준별로 또 팀이 나뉘어진다.  여기에 한인 야구팀이 없는건 아니지만, 한인 야구팀은 작년에 Division 7 리그에서 뛰었고, 우승을 한 이후로 Division 6 에서 올해는 뛴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무래도 한인 야구팀에 들어가서 야구를 하는게 편할수 있겠지만, 몇가지 이유 때문에 한국팀에 들어가는걸 포기했다.  첫번째 이유는 내가 썩 야구를 잘 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적당한 긴장감을 즐기면서 운동을 하고 싶다.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한건 아니지만 Division 6, 7 정도의 수준은 우리나라 사회인 야구로 치면 3부에서 4부정도 수준이 된다고 한다.


두번째 이유는 아무래도 현지 적응하는데 있어서 호주인들로 구성된 팀에 들어가는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다.  여기 애들이 야구 끝나고 그냥 클럽 하우스같은데서 맥주 한잔 하고 헤어지는게 문화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말 섞어볼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쉽진 않겠지만 호주인 팀에 들어가기로 했다.


애들레이드에서 클럽 야구에 대한 홈페이지는 http://www.sa.baseball.com.au/ 여기를 참조하면 얻을 수 있다.  나는 이 홈페이지에서 집 근처에 홈 구장을 가지고 있는 East Torrens 팀에 가입하기로 마음을 먹고 클럽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연락처로 Email을 오래전에 보냈었다.


Club Secretary랑 이런 저런 메일을 주고 받다가 나는 Division 3이나 Division 4에서 뛰고 싶다는 의사 표현을 했고, Team Coach한테서 메일을 받을 수가 있었다.  Division 1,2 선수들은 이미 Training을 시작했다는 메일이었고, 나와서 내가 어느 팀에서 뛸 수 있는지 한번 보자는 메일이었다.


한국에서 이 정도 날씨면 일년 내내 리그를 해도 모자를 판에 여기 애들은 10월초에 시즌을 시작해서 2월말에 시즌을 끝낸다.  그리고 East Torrens팀의 Division 1,2 애들은 시즌 시작 두세달 전부터 실내 연습장에서 연습을 하는거 같다.  그래서 지난주에 약속을 정하고 갔었는데 보기좋게 바람을 맞았다.  Coach하고 이멜로 주고 받을때는 연습시간이 10시였는데 막상 가보니 11시부터 하는걸로 바뀌어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 메일을 보냈더니 바로 전날 오후에 스케줄이 바뀌었는데 나한테 연락할 방법이 없어서 연락을 못했다고 미안하다는 답장을 받았다.  여하튼, 다음 연습이 바로 오늘 11시부터라고 해서 시간 맞춰서 연습장에 갔다.



실내 연습장은 사실 크리켓 연습장이 주된 용도였다.  그렇지만 야구 연습을 하기에도 전혀 손색이 없는 시설이었다.  대략 길이는 50m정도 되는거 같고  폭은 25m 정도 되는거 같다.  사진에서 보듯 높이도 충분하고 한국에서 갔던 여러 실내 연습장보다는 시설은 정말 훌륭한 수준이었다.


Division 1, 2 연습이라고 해서 사실 속된말로 조금 쫄아서 처음에는 그냥 구경만 한다고 했다.  연습시간은 1시간인데 4개조로 나뉘어서 왼손투수 배팅볼, 오른손투수 배팅볼, 피칭, 티배팅을 돌아가면서 했다.  10분정도 연습하는걸 지켜봤는데 몇몇은 대략 우리나라 사회인 야구 조금 잘하는 1부팀 수준정도 되는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조금 수준 떨어져 보이는 애들도 있어 보였다.


그렇게 지켜보다가 조금 늦게 온 팀원하고 캐치볼을 시작으로 해서 연습에 살짝 참가를 했다.  짧게 캐치볼 하고 그다음엔 길게 캐치볼을 하고, 나랑 같이 캐치볼 한 아저씨가 피칭 연습을 하는곳을 가서 뒤에서 지켜보다가 나도 정말 오랜만에 피칭을 했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도 올해는 팀에서 그다지 투수를 하지 않았고, 여기 와서도 캐치볼을 두어번 하긴 했지만 포수 앉혀 놓고 하는 피칭을 정말 오랜만이었다.


지켜보는 눈도 많고 오랜만에 던지니 당연히 온몸에 힘이 가득 들어간건 피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나름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걸 보여줬고, 코치나 다른 팀원들이나 내 피칭에 관심을 가져줬다.  피칭을 하고 나서는 배팅볼을 쳤는데, 여기는 Division 1,2는 나무배트 사용이 필수라서 나무배트로 배팅볼을 쳤다.


뭐 오랜만에 치기도 했지만, 공이 워낙 들쭉날쭉으로 와서 ㅡ.,ㅡ 피칭만큼 큰 임팩트는 못줬다.  여하튼, 짧은 1시간 연습을 끝내고 들었던 것처럼 짧게 다음 연습 스케줄 공지후에 연습은 끝이 났다.  실내 연습은 오늘이 끝이었고, 일단 화요일 오후에 연습을 하고 그 다음에는 일요일날 구장에서 연습을 할 예정인듯 싶다.


코치는 나한테 Division 1, 2, 3 에 맞을거라 해서 나는 Division 3에 가고 싶다는 말을 했다.  일단 Division 1, 2에 비해서 Division3가 회비가 싸고 ㅡ.,ㅡ  그리고 Division 3가 딱 내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수준일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호주애들한테 두들겨 안 맞으려면 그동안 풀어헤쳐졌던 얼마 없는 근육들을 당시 뭉치게 운동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