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후면 우리집으로 들어간다. 렌트를 구했다고 모든게 해결되는게 아니다. 여기는 우리나라처럼 전기, 가스, 수도 등이 간단하게 연결되는 것도 아니고 선택의 폭도 너무 넓다. 그뿐일까? 인터넷 연결하는 것도 쉽지가 않고, 핸드폰 회사 선택하는 것도 정말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고민을 해서 정답이 있으면 좋겠지만, 고민을 아무리 해도 쉽사리 어느 회사의 어느 제품을 선택해야 할지도 답이 안 나온다. 당장 이사를 하고 나서 전기/수도를 연결해야 하는데, 수도는 선택의 폭이 SA Water(http://sawater.com.au/sawater/) 하나만 존재해서 큰 고민은 없다.
수도와 관련되서 초기 이민자들에게 생기는 문제는, 집을 구할때 과연 수도세를 누가 내는가 하는 문제이다. 수도세 고지서를 받으면 크게 세 가지 항목으로 나온다. Supply, Usage 그리고 Sewerage. 렌트 사는 사람은 Sewerage는 신경 안 써도 된다. Sewerage는 재산과 연계되서 나오는 금액이라서 집주인이 내는 항목이다.
문제는 고정 금액인 Supply charge와 사용량만큼 내야 하는 Use Charge인데, 이게 집집마다 물세를 내는 주체가 다르다. Supply charge는 집까지 수도를 연결하는데 내는 비용으로 분기별로 한번씩 고정 금액을 낸다. 포스팅을 하는 오늘 날짜 기준으로 주거지역에 한해서 $73.25 로 고정 금액이다.
렌트집마다 어느집은 주인이 수도세를 다 내는 집이 있고, 유닛같이 세대별로 수도 계량기가 없어서 세대별로 물 사용량을 측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Supply charge만 세입자가 내고 물 사용량에 대해서는 주인이 내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Supply charge를 집 주인이 내고 물 사용량에 대해서만 세입자가 내는 경우도 있다.
집을 인스펙션할때, 수도세 항목에 대해 각각 누가 내는지에 대한 것을 물어봐야 하고 계약할때 계약서 상에 제대로 명시가 되어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우리는 인스펙션할때 세입자가 수도세를 내야 한다고 했는데, 아쉽게도 인스펙션 당시에는 Supply와 Usage의 개념이 명확한 상태가 아니어서 구분해서 물어보지를 못했다. 화요일날 계약할때 최소한 둘 중 하나는 집주인이 내기로 되어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애들레이드 오기 전에 생활비 계산을 위해서 수도세 계산이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 물 사용량에 따른 수도세에 대한 힌트를 드리면, 하루에 328L 이상을 쓰지 않고 분기별로 30,000 Liter 이하로 수도를 썼다면, 수도세는 $2.42/kL 가 된다. 더 자세한건 아래 표를 참조하면 된다.
Tier |
Water use charge |
Quarterly threshold (91.50 days)* |
Daily Threshold* |
1 |
$2.42/ kL |
0 to 30,000L (0 – 30kL) | 0 to 328.8L (0 to 0.3288kL) |
2 |
$3.45/kL | 30,000 to 130,000kL (30 to 130kL) | 328.8L to 1,424.7L (0.3288kL to 1.4247kL) |
3 |
$3.73/ kL | Above 130,000L (over 130kL) | Above 1,424.7L (above 1.4247kL) |
수도 다음은 전기 회사의 선택 문제이다. 여기는 우리나라처럼 한전이라는 하나의 회사에서 전기를 공급하는게 아니라 정말 적지 않은 수의 전기 회사가 있다. 각 회사별로 다양한 상품이 있고, 회사마다 비슷한 상품이 존재해도 가격이 다 다르다.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안정된 품질로 전기를 공급하는 회사를 선택하는건 순전히 사용자의 몫이다.
이럴때는 누가 옆에서 전기는 이 회사, 가스는 이 회사, 전화는 이 회사를 선택해! 라고 딱 부러지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비슷한 서비스는 있다. 렌트 계약할 때 부동산에서 전기, 수도, 가수, 인터넷, 전화 등등을 한꺼번에 연결 처리해주는 회사를 무료로 연결해 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런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 하나 하나 부딪히면서 가는게 더 어렵겠지만, 고생해서 몸으로 익히는 지식이 오래 남는 법이고, 게시판에서 그런 회사에 맡겼다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될수도 있다는 경고성 글도 봤기 때문이다. 또, 그런 회사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내 신상 정보를 넘겨야 하는데, 어디선가 알게 모르게 내 개인정보가 거래될수도 있기 때문에 영 찜찜하다.
그나마 전기 회사를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는 사이트가 있는데, 각 회사별로 요금을 비교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다. Switchwise(http://www.switchwise.com.au/)라는 사이트인데, 내가 이사갈 집 주소의 우편번호와 몇가지 정보만 더 넣으면 각 회사별로 예측되는 전기/가스 요금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여기 사시는 분들이 많이 쓰는 전기/가스 회사는 AGL, TRU Energy, Origin Energy 등인데, 우리는 후발 주자인 Lumo Energy 에 신청을 하려고 한다. 일단 약정 계약을 하지 않더라도 다른 회사들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약정이 없으니 쓰다가 맘에 안 들면 언제든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됐던 것들을 여기 와서 너무 신경 쓴다. 인터넷 회사를 정하는 것도 그렇다. 한국에서는 그냥 돈 많이 주는 회사 ㅡ.,ㅡ 를 선택하면 됐는데, 여기에서는 인터넷 가입한다고 돈 주는 회사도 없고, 한국보다 10배는 더 느린 속도의 서비스를 하면서 요금은 두 배 이상을 받아간다.
아직 겪어보진 못했지만, 한국에서는 신청하고 바로 다음날에도 와서 설치를 해 주는데, 여기는 기본 2주는 기다려야 인터넷이 연결된다고 한다. 당장 낼 모레 이사하고 나면 인터넷 환경이 바로 열악해 지는데, 필요한 정보를 어떻게 찾을까 하는 걱정이다. 핸드폰 테더링 해서 찾아볼수야 있겠지만, 속도와 용량 압박에 그것도 쉽지가 않을듯 싶다. 그리고 여기에 얼마나 포스팅을 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에 들어가서 상품을 공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여기는 기본적으로 전화선을 이용한 ADSL 로 인터넷을 가정집에서 연결한다. 그러다 보니 전화를 쓰지 않더라도 전화선을 연결해야 하고, 인터넷 비용과는 별도로 전화비용도 추가로 내야 한다. 케이블로 인터넷을 서비스하는 업체도 있지만, 서비스가 되는 지역이 한정적이고 비용도 많이 비싸서 우리가 고려할 사항은 아니다. 물론 ADSL 보다 조금 빠른 속도는 탐이 나긴 하지만...
고민끝에 우리가 선택한 상품은 TPG에서 제공하는 $49.99 짜리 한달 100GB 용량 제한 상품이다.(http://www.tpg.com.au/products_services/home-phone-bundle) $10만 더 주면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품 선택이 가능하지만, 냉정하게 우리가 한달에 과연 100GB 이상 용량을 사용할지 자신이 없다. 우리가 미드를 즐겨보긴 하지만 보는 드라마가 정해져있고, 당분간은 한국 TV를 안 보기로 했기에 한국 TV에서 방영됐던 것들을 다운받을 일도 없다. 용량이 정말 모자르면, 용량 업그레이드 하는건 추가 비용이 없기 때문에, 적은 돈이지만 한달에 $10 아끼는 방향으로 했다.
렌트집을 계약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선택했던 것들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우리가 선택할 회사와 상품들은 선택을 끝냈다. 아주 오랜 시간을 공부한건 아니지만, 적지 않은 시간 고민을 했고 공부를 했다. 지금도 이게 최선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최선이 아니어서 나중에 후회하게 되더라도 큰 상관은 없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여기 시스템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됐고, 나중에 비용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수업료 지불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게 맘이 편하다.
수업료를 지불하지 않고 배우는 것도 있다. 어제는 날이 좋아서 애들레이드에서 남쪽으로 1시간 40여분 거리에 있는 빅터 하버란 곳을 갔다. 빅터 하버는 겨울 시즌동안은 고래나 펭귄을 볼 수 있다고 해서 갔는데, 결과적으로 못 보긴 했지만, 가는 도중에 색다른 경험을 했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고 잘 가고 있었다. 네비게이션에서 우회전 하라고 해서 우회전 하려 봤더니 바리게이트가 내려와 있어서 진입을 할 수 없는 도로였다. 어쩔 수 없이 직진을 했는데, 네비게이션이 유턴을 시키고 다시 좌회전을 시켜서 아까 진입할 수 없었던 그 도로로 나를 다시 보내려 했다.
그 길에서 이리 헤메고 저리 헤메고 같은 사거리를 두어번 왕복하고 도저히 안될거 같아서, 핸드폰 테더링 켜고 아이패드로 구글맵에서 길찾기를 했다. 물론 여긴 운전중에 핸드폰만 건드리는걸 경찰이 봐도 바로 벌금이 나오기 때문에, 마느님이 옆자리에서 모든걸 했다. 다행히 구글맵은 다른 길을 안내해줘서 무사히 빅터하버로 갈 수 있었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검색을 해보니, 애들레이드 남쪽에는 Southern Expressway라는 고속도로가 있는데, 이 고속도로는 하루에 두번 진행 방향이 바뀌는 일방향 고속도로라는걸 알 수 있었다. 주중에는 출근시간에는 시티쪽으로만 진행하고, 퇴근시간에는 남쪽방향으로 진행한다. 주말에는 그 반대이고.. 방향이 바뀌는 1시간 30분 가량은 양방향 모두 통행을 하지 못한다.(http://www.transport.sa.gov.au/transport_network/traffic_ops/southern_express.asp)
한국에 있었으면 전혀 상상도 못했을 일들을 여기와서 겪으면서 약간 발상의 전환같은것도 배우게 되는거 같다.
힘들게 찾아간 빅터 하버는, 마치 여수의 오동동같은 느낌을 줬다. 관광객들보다는 호주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하는데 아직 몇번 더 가봐야 별도의 포스팅으로 적을 수 있을거 같다. 포도가 익을때쯤 달리면 양쪽으로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을 달리는 기분도 괜찮을거 같다.
내일은 한국에서 보낸 이사짐을 처리하는 여기 현지 이사짐 업체를 찾아가서 검역을 위한 서류작성을 해야 한다. 6월 15일 한국을 떠난 배가 한달 가까이 걸려서 7월 11일 애들레이드 항에 입항한다고 한다. 빠르면 그 다음주에 이사가는 집으로 이사짐을 받을 수 있을거 같다. 당초 계획했던대로 도착했으면 난민생활을 거의 최소로 할 수 있었는데, 1주일 정도는 해야 될거 같다. 그리고 굿가이즈에 가서 전에 샀던 가전 배달 받을 주소를 알려주고 토스터기를 하나 살까 생각중이다.
이사짐이 무사히 오면 내 글러브들도 오랜만에 만져 줄 수 있을거 같다. 사진은 오늘 심심해서 가 본 여기 한인 야구인팀이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곳이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요일 오후 텅 빈 야구장... 글러브가 오더라도 겨울이라 당분간 야구할일은 없겠지만... 빨리 저기서 야구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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